거룩한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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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병기	2017-01-10 16:23:35

	제4장 (4) 거룩한 삶에 대한 하나님의 경고에 비추어 보면 몇 명이 구원을 얻을 것인가?

클레멘스는 “죄를 사해 달라고 계속 반복해서 구하는 것은, 그 회개가 참 회개가 아니고 회개의 모양만 가졌기 때문이다.”라고 하였다.

오리게네스(Origenes, 185-254 순교)도 이 구절을 다시 죄를 짓는 자들에 대한 경고로 보았다.

그러나 당신이 다시 죄를 짓는다면, 예전의 질책이 다시 당신에게 떨어질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더욱 무서운 질책이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하나님의 아들을 짓밟고 자기를 거룩하게 한 언약의 피를 부정한 것으로 여기는’ 죄는 모세의 율법을 어긴 것보다 훨씬 더 중대한 죄이기 때문입니다.

테르툴리아누스(Tertullianus, 145-220)은 “권징을 받았다가 다시 범죄하는 신자는 교회법으로는 회복되지 못한다.”라고 했는데 그 이유는 한 번 회개한 자라면 다시 범죄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바울은 세례 후에 지은 죄들에 대해서는 용서받을 수 없음을 분명히 말한다.”라고 했다.

몹수에스티아의 테오도루스(Theodorus, c. 350-428)도 이 구절을 배교가 아니라 나쁜 죄로 타락하는 자들에 대한 경고로 보았다.

더 나은 상태에서 더 나쁜 상태로 변해 버린 자들은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다시 살아날 때 결국 벌을 면치 못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이 땅에서 어떤 회개도 허용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 사람은 지금 이 세상에서 회개를 거절할 뿐 아니라 회개하려는 마음조차 가질 수 없기 때문에, 죄에 떨어진 상태에 만족해합니다. 그리고 자기가 넘어진 것을 깨닫지도 못합니다. 또한 이성이 결여되어 모든 종류의 죄를 매우 즐기면서 저지릅니다.

이상 살펴본 바와 같이 초대교회 교부들은 한 번 은혜를 체험한 후 짐짓 죄를 짓는 것을 매우 경계하였음을 알 수 있다. 짐짓 죄에 대한 반복적 회개와 죄 사함이 불가능하다는 말씀이 현대에 사는 우리가 보기에는 매우 엄격한 규정이다. 그러나 이상근 박사는 그의 주석에서 “초대교회가 이런 엄격한 규율에 지배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썼다.

『베이커 성경주석』에도 보면 본문에 나오는 짐짓 죄를 ‘죄들을 고의적으로 계속 범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짐짓 죄를 범하면’이라는 말의 의미는 … ‘우리가 자발적으로 죄를 짓는 자라면,’ 즉 ‘우리가 고의적이고 자발적으로 하나님의 뜻에 반항하는 상태에 있다면’이다. 저자는 유대인들이 고의적으로 범하는 죄들, 즉 ‘고범죄들’에 대해 말할 뿐만 아니라(민 15:30; 시 19:13; 참조. 히 6:4-8, 12:16, 17), 사람이 회개의 문을 스스로 닫아버리고서 ‘악아, 네가 나의 선이 되어라.’라고 말하는 것처럼 스스로 택한 삶의 법칙으로서 고의적으로 계속 죄를 범하는 것에 대해서도 말하고 있다. 베드로후서 2장 20절 및 마태복음 12장 43-45절에서 그러한 상태가 잠깐 언급되고 있다. - Farrar의 글.

[3] 히브리서 10장 26절에서 말씀하는 “짐짓 죄”가 배교만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중요 계명들을 어기는 것을 말하고 있음은 본문 자체가 분명히 말씀해 준다. 만일 오직 배교에 대한 경고를 하시기 원하셨다면, “너희가 짐짓 죄를 범하면”이라고 말씀하시지 않고, “너희가 다른 신을 섬기면”, “다른 우상을 섬기면”, 혹은 “믿음을 버리면”, “배교하면”이라고 말씀하시면 간단히 뜻이 전달되었을 것이다.

하나님께서 ‘배교’를 지칭하기 위해 ‘짐짓 죄를 범한즉’이라고 두루뭉술하게 말씀하셨다고 보는 것은 부자연스럽다. 하나님께서 배교를 경고하실 때는 언제나 분명한 표현으로 그것을 말씀하셨다(신 13:1, 2, 17:3 등). 십계명 제1계명과 제2계명을 보면, 하나님께서는 다른 신을 섬기지 말고 우상을 만들지 말라고 명확히 알리셨다.

[4] 구약에서는 ‘짐짓’ 하나님의 말씀을 어기면 하나님을 훼방하는 자라고 하셨으며 백성 중에서 끊어질 것이라고 하셨다.

본토 소생이든지 타국인이든지 무릇 짐짓 무엇을 행하면 여호와를 훼방하는 자니 그 백성 중에서 끊쳐질 것이라. 그런 사람은 여호와의 말씀을 멸시하고 그 명령을 파괴하였은즉 그 죄악이 자기에게로 돌아가서 온전히 끊쳐지리라(민 15:30, 31, 개역한글).

하나님의 계명을 어기는 것은 그 계명을 명하신 ‘하나님을 훼방’하는 것이다. 이처럼 신약 시대 교인들이 성령의 은혜를 체험하고 진리를 아는 지식을 받은 후 짐짓 죄를 범하는 것은 하나님의 아들을 짓밟고, 자기의 죄를 씻어 거룩하게 한 언약의 피를 부정한 것으로 여기는 일이며, 그리스도의 은혜를 깨닫게 하신 은혜의 성령을 욕되게 하는 행위이다. 그러므로 그 심판이 더욱 크다는 뜻이다.

모세의 법을 폐한 자도 두세 증인으로 말미암아 불쌍히 여김을 받지 못하고 죽었거든, 하물며 하나님의 아들을 짓밟고 자기를 거룩하게 한 언약의 피를 부정한 것으로 여기고 은혜의 성령을 욕되게 하는 자가 당연히 받을 형벌은 얼마나 더 무겁겠느냐 너희는 생각하라(히 10:28, 29).

정직하고 겸손하게 이 구절들을 묵상해 보라. 그러면 히브리서 10장 26-29절의 말씀이 하나님의 계명을 고의적으로 어기는 것을 경고하신 것임을 명백히 깨닫게 될 것이다.

[5] 청교도 존 번연은 이 구절을 어떻게 해석했는가? 번연도 사람이 회심한 후 다시 자범죄를 짓는 것에 대한 경고로 해석했다. 『천로역정』에 보면 배도자에 대해 아주 자세히 설명한 부분이 나온다. 크리스천이 ‘해석자(Interpreter)’의 집에서 즐겁게 환대를 받으며 일곱 가지 광경을 보며 해석자로부터 교훈을 받는데 그 중 여섯 번째가 배도한 자에 대한 광경이다.

해석자가 크리스천의 손을 잡고 매우 컴컴한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 방 안에는 쇠창살이 달린 감방이 하나 있었고 그 감방 안에 한 남자가 앉아 있었다. 그는 몹시 슬퍼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팔짱을 낀 채 땅바닥만 바라보며 가슴을 찢을 듯이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이 사람이 왜 이런 모습으로 있는지 크리스천이 물었을 때 해석자는 직접 가서 물어보라고 말해 주었다. 크리스천은 그 남자에게로 다가가서 “당신은 누구요?” 하고 물어보았다. 그 남자는 “예전엔 이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이제는 그만 이런 꼴이 되었소이다.”라고 대답했다..

크리스천: 그렇다면 전에는 어떤 사람이었습니까?

그 남자: 전에는 나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들도 모두 인정해 주는 아주 훌륭한 신자였지요(눅 8:13). 그때 나는 틀림없이 하늘나라에 갈 수 있다고 자신하면서 그리로 갈 생각만 해도 기뻤었지요.

크리스천: 그런데 지금은 도대체 어떻게 된 것입니까?

그 남자: 이제 나는 절망의 인간이 되어 버렸습니다. 이 쇠창살 감방 안에 갇혀 난 나갈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아! 이젠 절대 나갈 수가 없습니다!”

크리스천: 그런데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되었소?

그 남자: 나는 깨어 있지 않고 근신하지 않았지요. 세상적 정욕이 내 목을 얽매도록 했지요. 나는 마침내 말씀의 빛과 하나님의 선하심을 거역하여 죄를 지었습니다. 내가 성령을 근심시켰기에 성령이 내게서 떠나가 버렸습니다. 마귀의 유혹에 빠져 마귀가 내게 왔습니다. 내가 하나님을 노엽게 하였으므로 하나님께서는 내게서 떠나가셨습니다. 내 마음이 너무나 굳어졌기 때문에 나는 회개할 수도 없게 되었습니다.

이 말을 듣고 나서 크리스천은 해석자에게 “이와 같은 사람은 이제는 전혀 희망이 없습니까?” 하고 물었다. 그러자 해석자는 “그에게 직접 물어 보시지오”라고 대답했다.

크리스천: 절망의 감방 속에서 벗어날 수 있는 희망은 없습니까?

그 남자: 없습니다. 전혀 없어요.

크리스천: 왜요? 찬송 받으실 하나님의 아들은 매우 자비하시지 않습니까?

그 남자: 나는 나 자신의 정욕을 위해 그를 십자가에 다시 한 번 못 박은 죄인입니다(히 6:6). 나는 그분을 멸시했고(눅 19:14) 그분의 의마저도 멸시했습니다. 또한 그분의 피를 부정한 것으로 여겼고 은혜의 성령을 욕되게 했습니다(히 10:28, 29). 그리하여 마침내 나는 모든 언약으로부터 나 자신을 스스로 끊어버린 몸이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지금 내게 남아 있는 것은 위협, 무시무시한 위협, 원수 된 나를 잡아먹을 것 같은 확실한 심판과 불타는 분노의 무서운 위협만이 있을 뿐입니다.

크리스천: 도대체 어떤 일로 인해서 이런 비참한 꼴이 되었습니까?

그 남자: 이 세상의 정욕과 쾌락과 부귀영화 때문이었습니다. 이런 것들을 향유하면 많은 즐거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그때는 믿고 있었지요. 그러나 이제는 그 모든 것들이 무시무시한 독충처럼 나를 물어뜯으며 괴롭히고 있습니다.

[6] 남아프리카의 성자로 불리는 앤드류 머리(Andrew Murray, 1828-1917)는 이 구절을 어떻게 해석했는가? 그도 이 구절을 고의적 죄를 짓는 것을 경고한 것으로 해석했다. 어느 정도 중한 죄를 짓는 것이 짐짓 죄에 해당되는가? 앤드류 머리는 이에 대해 이렇게 썼다.

‘무엇이 짐짓 범하는 죄(willful sin)인가? 언제 우리가 짐짓 죄를 범하는지를 어떻게 알 수 있는가?’ 답이 주어질 수 없다. 무엇이 짐짓 짓는 죄이고 어느 것이 그렇지 않은지 선을 그을 수 있는 사람은 이 땅 위에 아무도 없다. 오직 보좌 위에 앉으셔서 사람의 마음을 아시는 분만이 판단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무엇이 짐짓 짓는 죄인지 알 수 없다면, 이 경고가 무슨 유익이 있을까? 실은 그렇기 때문에 이 경고가 우리에게 가장 유익한 것이다. 그것은 어떤 죄가 짐짓 죄일 수도 있고, 아니면 짐짓 죄로 빠지게 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우리로 하여금 어떤 죄든지 지어서는 아니 된다는 두려움을 갖게 해 준다. 극단적인 죄만 짓지 않는다면 자기는 안전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짐짓 죄가 무엇인지 알려고 하는 자는 스스로를 속이는 것이다. 짐짓 죄를 피하는 유일한 확실한 길은 모든 죄를 멀리하는 것이다. … 오, 신자여, 여기에 당신의 유일한 안전이 있다. 하나님의 모든 뜻에 전적으로 순종하는 깊은 경지로 들어가 모든 죄를 멀리하라. 그렇게 하면 짐짓 짓는 죄로부터 자신을 지킬 것이다.

위에서 우리는 경건한 신앙 선조들이 히브리서 10장 26-31절을 해석한 것을 살펴보았다.

성경은 자범죄를 지으면 다시는 속죄하는 제사가 없다고 분명히 말씀한다. 그러므로 성령을 거슬러 죄를 짓는 것을 매우 조심해야 한다. 히브리서의 다음 구절도 같은 내용을 말씀하고 있다.

음행하는 자와 혹 한 그릇 음식을 위하여 장자의 명분을 판 에서와 같이 망령된 자가 없도록 살피라. 너희가 아는 바와 같이 그가 그 후에 축복을 이어받으려고 눈물을 흘리며 구하되 버린 바가 되어 회개할 기회를 얻지 못하였느니라(히 12:16, 17).

이 글을 적는 필자도 히브리서 10장 26-31절 말씀이 ‘기독교를 완전히 떠나는 배교’에 대해서만 말씀하신 것이었다면 한 인간으로서 부담이 적었을 것이다. 그러나 겸손하고 정직하게 하나님의 이 말씀을 상고해 보면 이 말씀이 자범죄에 대한 경고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만일 이 경고가 단순히 배교에 대한 경고라 생각하여 죄 짓는 것을 가볍게 여겨 죄를 지었다가, 이 말씀이 자범죄에 대한 경고의 말씀이라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전체적으로 히브리서는 믿음 생활을 시작한 자들에게 끝까지 믿음 안에서 인내할 것을 강권한 내용이다.

(계속)

제4장 (4) 거룩한 삶에 대한 하나님의 경고에 비추어 보면 몇 명이 구원을 얻을 것인가?
작성자 : 노병기 2017/0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