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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병기	2015-11-05 12:56:56

	{제1편} 들어가는 말 - 거룩한 칭의를 확실하게 체험하십시오

들어가는 말

거룩한 칭의를 확실하게 체험하십시오

“모든 사람이 죄를 범하였으매 하나님의 영광에 이르지 못하더니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속량으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은혜로 값없이 의롭다 하심을 얻은 자 되었느니라”(롬 3:23, 24).

인간은 모두 죄 가운데 태어납니다(롬 5:12; 시 51:5). 장차 지극히 거룩하시고 의로우신 하나님의 엄위한 심판대 앞에 서야 할 인간에게 하나님께로부터 의롭다 하심을 받는 일보다 더 시급한 일은 없습니다.

1. 가장 절실하며 위대한 칭의의 경험

기독교 역사를 보면, 칭의의 은혜를 체험함으로 삶이 극적으로 변한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마르틴 루터(Martin Luther, 1483-1546)는 가톨릭교회의 수사였습니다. 루터는 구원의 확신을 얻고자 노력했지만, 오랫동안 수도원의 모든 고행으로도 영혼에 안식을 얻지 못했습니다. 그가 오직 값없이 주시는 하나님의 의를 발견했을 때 그의 영혼에 대변혁이 일어나고, 잠자던 중세 교회에 대개혁이 일어났습니다.

루터는 로마서 1장 17절을 묵상하는 중에 여기서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의”가 하나님께서 믿는 자를 값없이 의롭다 하시는 의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나는 하나님의 자비로 말미암아 마침내 ‘복음에는 하나님의 의가 나타나서 …… 기록된 바 오직 의인은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 함과 같으니라.’[롬 1:17]라는 말씀의 앞 뒤 맥락을 밤낮으로 묵상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나는 여기서 말씀하는 그 하나님의 의가 의인이 하나님의 선물로 살게 되는, 즉 믿음으로 살게 되는 그런 ‘의’로 이해하기 시작했다. 즉 ‘복음에 하나님의 의가 나타났다.’라는 말씀은 ‘의인은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라고 기록된 것처럼, 자비하신 하나님께서 믿음으로 말미암아 우리를 의롭다고 해 주시는 수동적 의(passive righteousness)를 가리킨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것을 깨달았을 때 나는 완전히 다시 태어나 활짝 열린 문들을 통과해 낙원으로 들어간 것을 느꼈다. 그때부터 성경 전체가 내게 완전히 새로운 빛으로 보였다. …… 그리고 ‘하나님의 의’라는 단어를 이전에 증오하였던 만큼이나 이제는 그것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가장 감미로운 구절로 찬양하게 되었다. 이렇게 해서 바울의 이 구절은 나에게 진정 낙원으로 가는 문이 되었다.”

존 번연(John Bunyan, 1628-1688)의 『천로역정』(The Pilgrim’s Progress)에 보면, 주인공인 크리스천이 등에 무거운 짐을 지고 천성을 향해 나아가다가 언덕 위에 세워진 십자가 앞에 다다르는 장면이 나옵니다. 십자가를 보자마자 그가 그동안 무겁게 짊어지고 다녔던 등짐이 순식간에 떨어져 나갔습니다. 이 장면은 칭의 체험을 묘사한 것입니다.

“크리스천이 올라가고자 하는 길 양쪽에 담이 쌓여 있는 것을 나는 꿈에 보았다. 이 담의 이름은 구원이다(사 26:1). 등에 걸머진 무거운 짐 때문에 크리스천이 이 길을 달려 올라가는 것이 매우 힘든 것 같이 보였다.

그는 계속 뛰어 올라가서 마침내 한 언덕에 이르게 되었는데 그곳에 십자가가 서 있었다. 조금 떨어진 바로 아래에는 바위를 뚫어 만든 무덤이 입을 벌리고 있었다. 크리스천이 십자가 앞에 다다르자 그의 어깨로부터 짐이 풀어져 등에서 벗겨지는 것을 나는 꿈에 봤다. 그 짐은 계속 굴러 마침내 무덤 입구 속으로 떨어져 다시는 보이지 않게 되었다. …… 십자가를 보자마자 무거운 짐이 저절로 벗겨져 몸이 가벼워진 데 매우 놀라서 그는 한동안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서 신기한 듯이 두리번거렸다. …… 그가 십자가를 바라보며 울고 있을 때 눈부시게 빛나는 세 사람이 나타나 ‘평안할지어다.’ 하고 그에게 인사를 하였다. 그중 첫 번째 사람이 ‘당신의 죄는 사함을 받았소.’(막 2:5) 하고 말해 주었다. 두 번째 사람은 크리스천이 입고 있던 누더기를 벗기고 새 옷으로 갈아입혀 주었다(슥 3:3, 4). 세 번째 사람은 크리스천의 이마에 표를 해 주고는 도장이 찍힌 두루마리 하나(엡 1:13)를 주면서 길 가면서 들여다보고 천국 문에 이르렀을 때 제시하라고 말했다.”

등에 무거운 죄의 짐을 지고 있었던 크리스천이 십자가 앞에 이르러 드디어 값없이 죄 사함과 의롭다 하심과 성령의 보증을 받은 것입니다. 존 번연의 『천로역정』을 읽어 보면, 번연이 분명한 성경적 칭의 체험을 한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교회사에서 빛나는 위대한 일을 한 신앙 위인들은 대부분 인상적인 칭의 체험을 했습니다. 존 번연은 그 자신이 체험한 칭의 경험을 다음과 같이 고백했습니다.

“어느 날 몇 가지 문제로 가책을 당하며 내가 들판을 지나고 있을 때였습니다. 문득 이런 말씀이 내 마음에 떠올랐습니다. ‘너의 의는 하늘에 있느니라.’ 그와 동시에 내 영혼의 눈으로 하나님 우편에 앉아 계시는 예수 그리스도를 보았습니다. 바로 그곳에 나의 의가 있었습니다. 내가 어떤 처지에 있든지 내가 무엇을 하고 있든지, 하나님께서는 나의 의가 부족하다고 말씀하실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나의 의는 항상 하나님 앞에 있기 때문입니다. …… 나의 의는 어제나 오늘이나 영원토록 동일하신(히 13:8) 예수 그리스도 자신이시기 때문입니다.

지금에야 참으로 쇠사슬이 내 발목에서 벗겨져 떨어져 나갔습니다. 고통스러운 올가미에서 풀려났습니다. 나를 괴롭히던 시험들도 떠나갔습니다. 그때부터 [히브리서 12장 16, 17절과 같은] 하나님의 무서운 말씀들이 나를 더는 괴롭히지 않게 되었고, 이제 나는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을 기뻐하면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기독교 역사상 분명하게 칭의 체험을 한 사람 중에는 미국 제2차 대각성 운동을 일으킨 찰스 피니(Charles G. Finney, 1792-1875)가 있습니다. 피니가 29세 쯤 되었을 때였습니다. 피니는 복음과 기독교의 진실성의 문제를 놓고 약 2, 3년간 갈등했는데, 마침내 성경은 진실한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생각이 확실하게 굳어지게 되었습니다.

1821년 가을 어느 주일 저녁, 피니는 자기 영혼의 구원에 관한 문제를 단번에 해결하기로, 가능하다면 하나님과 평화를 찾아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월요일과 화요일 이틀 동안, 죄에 대한 각성이 심해졌습니다. 화요일 밤에는 매우 초조해졌고, 마치 곧 죽을 것 같은 이상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자기가 이 상태로 죽으면 당장 지옥으로 갈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아침이 될 때까지 마음을 진정시키려고 안간힘을 다했습니다.

강한 죄의 각성 속에서 보낸 밤이 지나고 수요일 새벽이 왔습니다. 이른 아침에 사무실을 향해 출발했습니다. 사무실에 가까이 왔을 때 그의 내면에서 다음과 같은 도전의 음성이 들리는 것 같았습니다.

“도대체 무엇을 더 기다리고 있느냐? 네 의로움을 네 노력으로 성취하겠느냐?”

바로 이 순간 피니의 영적인 눈이 떠지고 그는 그리스도의 속죄의 완전성에 대하여 매우 분명하게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그의 속죄 사역을 완성하셨다. 내가 해야 할 일은 나 자신의 의를 하나님 앞에 제시하는 것이 아니고, 그리스도를 통한 하나님의 의에 나 자신을 복종시키는 것이다.’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내 편에서 필요로 하는 일이란 오직 죄를 포기하고 그리스도를 영접하는 것뿐이다.’

피니는 마을 북쪽 숲 속으로 들어가 자기 마음을 하나님께 드렸습니다. 이때 칭의를 체험했습니다. 그의 자서전에서 이렇게 썼습니다. “나는 숲에서 믿었던 그 순간 모든 정죄 의식이 전적으로 나의 마음에서 사라져 버렸음을 알 수 있었다. 그때로부터 나는 느껴 보려고 해도 죄책감이나 정죄감을 느낄 수가 없었다. …… 나는 믿음으로 의롭다 하심을 받았음을 스스로 느꼈다.” 피니는 살아 있는 경험으로 이신칭의를 체험했습니다.

피니는 그날 저녁에 사무실에서 혼자 남아 기도하는데 강력한 성령의 세례를 받았습니다. 성령 세례가 있다는 것을 알지도 못했고 전에 들어보지도 못했는데, 성령께서 마치 강한 바람처럼 임하셨습니다.

칭의의 경험은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것이 아닙니다. 본성적 죄인으로 출생한 인간은 누구나 반드시 체험해야 하는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경험입니다. 거룩하신 하나님 앞에 의롭다 하심을 받는 일보다 더 시급한 일이 이 세상에 무엇이 있겠습니까!

2. 성경적 칭의의 요약

칭의는 어떻게 주어집니까? 다음 장부터 자세하게 설명할 것이지만, 우선 여기서 성경적 칭의가 주어지는 과정을 간단히 요약해 설명하겠습니다.

⑴ 칭의의 은혜를 주시기 전에 하나님께서는 먼저 인간이 하나님 앞에 영벌을 받기에 마땅한 죄인임을 깨닫게 하십니다(요 16:8). 예수님께서는 심령이 가난한 자가 천국을 얻게 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그들의 것임이요”(마 5:3). ‘심령이 가난한’ 사람이 복이 있다는 것이 무슨 말씀입니까? 내가 얼마나 영적으로 죽어 있고, 죄가 많으며, 하나님 앞에서 불쌍한 존재인가를 깨닫는 사람이 복이 있다는 말씀입니다.

리처드 백스터(Richard Baxter, 1615-1691)는 그리스도께 가기 위해서는 자신이 정죄받은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먼저 자신에게 죄가 있다는 것과 정죄받은 상태에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 사람이 어떻게 용서를 얻기 위하여 그리스도께로 갈 수 있다는 말입니까? 혹은 영적으로 자신이 죽어 있다는 것을 발견하지 못한 사람이 어떻게 생명을 얻기 위하여 그리스도께로 갈 수 있다는 말입니까?”

⑵ 하나님께서는 우리 마음에 성령으로 빛을 비추어 주셔서 칭의의 복음을 마음으로 믿게 하십니다(고후 3:18; 4:6). 그리하여 의롭다 하심을 얻게 하십니다. 이것이 조명의 은혜입니다.

청교도 데이비드 클라크슨(David Clarkson, 1621-1686)은 성령의 조명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지하 감옥에서 평생 동안 지내던 사람이 처음으로 태양을 보듯이 그리스도를 보게 됩니다. 어둠 속에 있던 사람에게 영광스러운 빛이 갑작스럽게 비추어지는 것과 같이 그리스도를 발견하게 됩니다(고후 4:6).”

⑶ 칭의는 믿음으로 값없이 받습니다.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한 대속의 피를 흘려주셨기에 예수님을 믿으면 값없이 즉시에 의롭다 하여 주십니다. 로마서 3장 23, 24절을 보면 “모든 사람이 죄를 범하였으매 하나님의 영광에 이르지 못하더니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속량으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은혜로 값없이 의롭다 하심을 얻은 자 되었느니라.”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⑷ 우리의 구원은 칭의에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참된 칭의를 얻는 믿음은 사랑으로 역사합니다(갈 5:6). 십자가에 달리신 그리스도의 거룩한 사랑을 믿고 칭의를 얻은 사람은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불타게 됩니다. 그리하여 기꺼이 반드시 복음적 회개(행 2:37, 38)와 자기 부인(갈 5:24)을 하게 됩니다. 이러한 심령 속에 성령께서 내주하셔서 속사람을 정결하게 하시는 성화(거듭남)의 역사가 뒤따릅니다(갈 3:14).

이와 같이 칭의는 성화(거듭남)로 연결됩니다. 장 칼뱅(John Calvin, 1509-1564)은 『기독교 강요』(Institutes of the Christian Religion)에서 이에 대해 이렇게 썼습니다. “그리스도를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없는 것과 같이, 우리는 그 안에 함께 있다고 인식하는 두 속성 즉 의와 성화(sanctification)를 서로 분리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하나님께서 은혜 안으로 받아들인 사람에게는 누구든지 동시에 양자의 영을 주셔서(롬 8:15), 이 영의 능력에 의하여 하나님 자신의 형상으로 사람을 변화시킵니다.”

존 오웬(John Owen, 1616-1683)은 성령의 구원하는 조명을 받은 사람은 성화를 얻는다고 했습니다. “이 빛을 통해, 이 빛의 여러 작용을 통해 우리의 믿음의 실질적인 대상이신 그리스도로부터 우리 영혼을 변화시키는 능력이 나옵니다. 우리 영혼은 그와 같은 형상으로 변화되고, 그를 닮게 됩니다. 그것을 위해서 우리는 예정되었습니다.”

그리고 참된 칭의를 얻고 성령으로 거듭나는 은혜를 받은 사람은 성령의 내적 증언으로 자신이 하나님의 자녀가 된 것을 자각할 수 있게 됩니다(롬 8:16). 그리스도와의 신비적 연합을(요 14:20) 한 그는 일평생 진리의 성령의 인도하심(요 16:13)을 받는 삶을 살게 됩니다.

이와 같이 칭의의 경험은 (거듭남과 더불어) 기독교인의 영적 경험 중 가장 보배롭고 영광스러우며 거룩하고 위대한 사건입니다. 칭의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다음 장에서부터 풀어 설명하겠습니다.

{제1편} 들어가는 말 - 거룩한 칭의를 확실하게 체험하십시오
작성자 : 노병기 2015/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