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는 두려워 말고 가만히 서서 여호와께서 오늘날 너희를 위하여 행하시는 구원을 보라. 출 14:13
6 , 1
노병기
2015-11-05 12:39:30
[제3부] 제4장 칭의 얻는 믿음의 성질 ⑻ : 거듭남이 수반되는 믿음
제4장
칭의 얻는 믿음의 성질 ⑻
: 거듭남이 수반되는 믿음
"그러므로 이제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자에게는 결코 정죄함이 없나니, 이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생명의 성령의 법이 죄와 사망의 법에서 너를 해방하였음이라"(롬 8:1, 2).
우리의 구원은 칭의에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성령에 의한 거듭남의 놀라운 은혜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리를 구원하시는 하나님의 은혜는 깊고 높고 넓습니다.
로마서 8장 1, 2절에서 사도 바울은 “그러므로 이제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자에게는 결코 정죄함이 없나니, 이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생명의 성령의 법이 죄와 사망의 법에서 너를 해방하였음이라.”라고 선언했습니다. 참된 칭의를 얻은 사람에게는 성령님께서 내주하셔서 ‘생명의 성령의 법’이 되십니다. 내주하시는 성령께서 우리로 하여금 율법의 요구를 이룰 수 있도록 인도하심으로(롬 8:4), 결코 정죄함이 없는 삶을 살 수가 있게 됩니다.
1. 성령의 약속
칭의의 은혜를 받은 사람에게는 성령의 약속이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그리스도를 믿는 모든 신약 성도들에게 성령의 선물을 주실 것을 굳게 약속하셨습니다(요 7:37-39, 14:16-24, 16:7-15 등).
칭의 받은 사람에게 성령의 약속이 있다는 것은 성경적으로, 신학적으로 매우 중요합니다. 갈라디아서 3장 13, 14절에는 이렇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저주를 받은 바 되사 율법의 저주에서 우리를 속량하셨으니 기록된 바 나무에 달린 자마다 저주 아래에 있는 자라 하였음이라. 이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아브라함의 복이 이방인에게 미치게 하고 또 우리로 하여금 믿음으로 말미암아 성령의 약속을 받게 하려 함이라(갈 3:13, 14).
성경의 이 두 절에 구원론의 핵심이 잘 나옵니다. 예수님께서 죄인인 우리를 위하여 대속의 피를 흘리신 이유는 바로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아브라함의 복이 이방인에게 미치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아브라함의 복은 다름 아니라 구약의 아브라함이 믿음으로 의롭다 하심을 받은 것입니다(창 15:6; 갈 3:6-9). 우리도 예수님을 믿으면 아브라함처럼 값없이 의롭다고 해 주십니다.
그런데 하나님의 구원 계획은 거기에서 멈추지 않습니다. 이렇게 의롭다 하심을 받은 사람은 성령의 선물을 받게 됩니다. “또 우리로 하여금 믿음으로 말미암아 성령의 약속을 받게 하려 함이라”(갈 3:14).
2. 신앙 선조들의 가르침
신앙 선조들은 칭의(죄 사함)와 더불어 성령의 선물(거듭남, 성화)이 있다는 것을 매우 강조해서 가르쳤습니다.
장 칼뱅은 로마서 8장 9절 주석에서 성령에 의한 거듭남이 죄 사함에 동반된다고 역설했습니다. “우리는 값없이 주시는 죄 사함이 거듭남의 성령과 분리될 수 없다고 말한 바울의 가르침을 항상 마음에 새겨야 합니다. 죄 사함과 거듭남을 연결시키지 않는 것은 마치 그리스도를 갈기갈기 찢어놓는 것과 같습니다.”
마르틴 루터는 『로마서 주석』 서문에서 믿음이 성령을 얻게 해 준다고 썼습니다. “그러므로 믿음만이 의롭게 하며, 믿음만이 율법을 성취한다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왜냐하면 믿음은 그리스도의 공로를 통하여 성령을 얻게 하기 때문입니다. 이 성령은 율법이 요구하는 바와 같이 우리 마음을 기쁘고 자유롭게 합니다.”
필립 멜란히톤은 『신학 총론』(Loci communes)이라는 그의 책에서 죄 사함을 받은 자에게 성령을 주신다고 썼습니다. “사람은 먼저 그리스도를 인정하고 믿음을 통해서 죄 사함을 받아야만 합니다. 그러면 즉시 그리스도께서 그 사람의 마음에 그의 성령을 주십니다. 성령을 받게 되면 그 마음이 하나님 안에서 기뻐하며, 부르짖게 되고, 하나님께 순종하고자 하는 마음을 갖게 됩니다.”
존 오웬은 『성령론』(A Discourse Concerning the Holy Spirit)이라는 책에서 칭의와 성화가 함께 주어진다고 가르쳤습니다. “성화와 거룩함은 믿고 의롭다 하심을 받은 사람에게 고유하게 주어지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믿음과 거룩함은 성향적으로나 실제적으로 분리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믿음으로 의롭다 하심을 받은 사람은 모두 반드시 성화되고 거룩하게 되는 것입니다.”
토머스 왓슨은 『신학의 체계』(A Body of Divinity)라는 그의 책에서 칭의와 성화의 관계를 이렇게 썼습니다. “하나님께서 의롭다 하신 자는 누구나 하나님께서 거룩하게 하십니다. ‘씻음과 거룩함과 의롭다 하심을 받았느니라’(고전 6:11). 교황주의자들은 개신교도들이 죄 안에 계속 거하는 사람들을 의롭다고 한다고 비난합니다. 그러나 모든 우리 개신교 저술가들은 칭의를 위해 전가되는 의와, 성화를 위해 고유하게 주어지는 의는 불가분의 관계로 연합되어 있다고 주장합니다. 참으로 거룩은 우리 칭의의 원인이 아니라, 칭의에 수반되는 것입니다. 이것은 마치 태양의 열이 빛의 원인이 아니라, 빛에 수반되는 것과 같습니다. 하나님께서 자기 백성들을 의롭다 하시면서 그들을 계속 죄 가운데 두신다고 상상하는 것은 불합리합니다.”
청교도 영성을 소유한 목사 존 찰스 라일(J. C. Ryle, 1816-1900)은 『거듭남』(Regeneration)이라는 책에서 칭의와 거듭남이 반드시 동반되어야 한다는 것을 매우 강조했습니다.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죄인을 구원하실 때는 항상 두 가지 구별된 일을 행하십니다. 첫째, 주님께서는 죄인의 죄를 자신의 보혈로 깨끗이 씻으시고 값없이 용서해 주십니다. 이것이 곧 주님께서 주시는 칭의입니다. 둘째, 주님께서는 그 사람의 마음에 성령을 부어 주셔서 완전히 새 사람이 되게 하십니다. 이것이 거듭남입니다.
칭의와 거듭남은 구원에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마음의 변화는 죄 용서와 마찬가지로 구원에 필수 요소입니다. … 천국에 가는 데 죄 사함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맹인입니다. 마음의 변화가 없는 죄 용서는 아무 소용없는 선물에 불과합니다.”
3. 거듭남의 용어 정리
여기서 거듭남이라고 하는 용어를 정리해 봅시다. 신학자들마다 거듭남에 대한 용어 사용이 조금씩 다릅니다.
⒧ 종교개혁가 장 칼뱅은 그리스도와의 연합의 결과로 우리가 받는 두 가지 은혜(즉 칭의와 거듭남) 중에 둘째 은혜를 거듭남이라 불렀습니다.그는 이 거듭남이라는 용어를 일평생의 회개, 성화라는 말과 같이 사용했습니다. “그러므로 나는 회개를 한마디로 거듭남이라고 해석하는데, 회개의 유일한 목적은 아담의 범죄로 말미암아 일그러지고 거의 지워져버린 하나님의 형상을 우리 안에 회복시키는 것이다. …… 따라서 우리는 그리스도의 은혜로 얻은 거듭남으로 말미암아 아담 때문에 잃어버렸던 하나님의 의를 다시 회복하게 된다. 이와 같이 주께서는 양자로 삼아 생명의 유업을 받도록 하신 모든 사람을 완전히 회복시키기를 기뻐하신다.”칼뱅은 “사실 이러한 회복은 한 순간이나 하루나 한 해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일평생에 걸쳐 이루어진다.”라고 하면서 거듭남을 일평생 계속되어야 하는 회개와 성화로 보았습니다.
⑵ 청교도들은 거듭남을 ‘부르심’, ‘회심’이라는 말과 동의어로 사용했습니다. 청교도들은 칼뱅이 말한 성령의 조명(칭의)과 그와 동시에 주어지는 거듭남(성화)을 회심이라는 용어로 설명했습니다. 간단히 말하면, 청교도들이 말하는 거듭남은 성령에 의한 조명과 성화를 포함하는 개념입니다.청교도들이 말하는 거듭남을 도식으로 표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거듭남 = 성령의 조명(죽은 영혼이 새 생명을 받아 영적 눈을 뜸) + 성령의 내주(본성의 성화)
⑶ 조지 휫필드, 존 웨슬리는 칭의 이후에 오는 성령의 내주에 의한 본성의 철저한 변화를 ‘거듭남’이라고 했습니다(그것을 가끔씩 ‘성화’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청교도들은 이것을 ‘성화’라고 했습니다. 이때 사용하는 용어는 서로 다르지만 성화가 철저한 본성의 변화를 의미한다는 점에서는 똑같습니다.
조지 휫필드는 “거듭남”이란 그의 유명한 설교에서 거듭남은 “성령의 강력한 역사로 내적인 변화를 체험하고, 변화된 새로운 본성의 원리에서 우리의 도덕적 행동들이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휫필드에 의하면, 거듭남은 “본성이 철저하게 내면적으로 변화되는 것이요, 신적인 생명을 가지는 것이요, 예수 그리스도께 생명의 참여를 하며, 영혼이 하나님과 연합하는 것”입니다.
존 웨슬리는 “하나님으로부터 난 사람들의 위대한 특권”이라는 설교에서 거듭남은 성령에 의한 매우 큰 내적인 변화라고 말했습니다. “그것은 거대한 내적인 변화, 성령의 역사로써 영혼 속에 이루어지는 변화, 우리의 존재 양식 전체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의미합니다. 왜냐하면 ‘하나님으로부터 태어나는’ 순간부터 우리는 이전에 살던 방식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살기 때문입니다. 마치 우리는 다른 세계에 있는 것처럼 살게 됩니다.”
⑷ 거듭남의 정의에 대한 필자의 의견은 다음과 같습니다. 거듭남에 대한 청교도의 정의도 일리가 있고, 조지 휫필드, 존 웨슬리의 정의도 일리가 있습니다. 사도적 복음 전도 방법에 비추어 볼 때(제3부 7장 참조), 조지 휫필드의 거듭남 정의가 좀 더 자연스러운 설명입니다.
갈라디아서 3장 14절에 의하면, 분명히 아브라함의 복, 즉 믿음으로 말미암아 의롭다 하심을 얻는 복이 먼저 나오고, 성령의 약속이 나옵니다. “또 우리로 하여금 믿음으로 말미암아 성령의 약속을 받게 하려 함이라”(갈 3:14). 이 책에서는 청교도의 정의를 포용하면서도, 주로 조지 휫필드의 용법을 기본으로 정하고 서술했습니다.
4. 거듭남으로 죄의 세력에서 벗어남
거듭남의 은혜가 있어야 죄의 세력에서 벗어납니다. 현대 교회의 가장 취약한 것 중 하나는 칭의와 더불어 내적 본성의 성화를 가져다주는 거듭남이 반드시 동반되어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가르치지 않는 것입니다.
조지 휫필드는 죄의 세력에서 벗어나야 제대로 구원받은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당신 안에 예수 그리스도의 형상이 이루어지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리스도께서는 의롭다 하신 자들을 거룩하게 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거룩하지 못한 것을 아시지만 우리를 거룩하지 못한 채로 버려두지 않으십니다. …… 그리스도께서 오신 것은 우리를 죄책에서뿐만 아니라, 죄의 세력에서 구원하기 위함입니다. 주님께서 다른 이들에게 구주가 되실지라도, 우리 자신에게 이 일을 하시기까지는, 그가 우리를 구원하셨다는 확실한 소망을 가질 수 없습니다.” 휫필드는 “이 땅에서 주님의 은혜로 변화 받지 못한 이들은 아무도 장차 영광 중에 그와 함께 나타나지 못할 것”이라고 역설했습니다.
존 웨슬리는 “우리가 죄책뿐만 아니라 죄의 세력에서 구원받지 못했다면, ‘믿음으로 구원받은’ 것이 아니다.”라고 단언했습니다. 그는 신생에 의해서 죄의 세력을 제거한다고 말했습니다. “칭의와 신생은 동일한 것이 아니요, 상당히 다른 성질의 것입니다. 칭의는 단지 관계적인 변화를 의미하며, 신생은 실제적인 변화를 의미합니다. 우리를 의롭다 하실 때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위해 무엇인가를 하시지만, 우리를 새로 나게 하실 때는 우리 안에서 일을 하십니다. 칭의는 하나님께 대한 우리의 외적인 관계를 변화시키므로 그로 인하여 하나님과 원수 되었던 우리가 그의 자녀가 됩니다. 그리고 신생으로 말미암아 우리 영혼의 가장 깊은 근본이 변화됨으로 죄인이 거룩한 성도가 됩니다. 전자는 하나님의 호의를 다시 얻게 하지만, 후자는 하나님의 형상을 다시 얻게 합니다. 전자는 죄책을 제거하는 일이요, 후자는 죄의 세력을 제거하는 일입니다. 그러므로 그 둘은 시점에서는 함께 결합되어 있지만 전혀 다른, 구분되는 것입니다.”
찰스 스펄전은 내적 성화가 동반되지 않는 칭의는 참된 구원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구원이 이 같은 우리의 파멸된 상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슬프게도 이는 매우 불완전한 약속이라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죄 사함을 받을 뿐만 아니라 정결하게 될 필요가 있습니다. 성화(sanctification)가 없는 칭의는 전혀 구원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는 죄의 권세에서 해방되는 것이 칭의보다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당신은 죄책으로부터 깨끗해지는 것과 죄의 권세로부터 해방되는 것, 이 둘 가운데 어떤 것이 더 큰 특권이라고 생각합니까? 나는 그토록 탁월한 두 개의 자비를 저울질할 의도는 없습니다. 그 두 가지 중 어느 것도 예수님께서 흘리신 보배로운 피와 관계없는 것은 없습니다. 그러나 꼭 비교해야 한다면, 둘 중에서 죄의 지배로부터 해방되어 거룩하게 되고, 하나님과 닮는 것을 훨씬 더 중요한 것으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5. 개혁주의 신학자 존 머리의 확정적 성화 교리
장 칼뱅이 거듭남을 일평생의 회개로 말한 것에 영향을 받아 개혁주의 신학에서는 평생에 걸쳐 계속하는 회개와 점진적 성화에만 관심을 가져온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미국 웨스트민스터 신학대학원의 조직신학 교수였던 존 머리(John Murray, 1898-1975)는 그동안 점진적 성화로만 성화를 이해해 오던 개혁주의 신학에 확정적 성화(Definite Sanctification) 개념을 소개했습니다.
존 머리는 칭의가 있은 후에 점진적 성화가 오는 것이 아니라, 칭의와 함께 확정적 성화가 구원의 선물로 주어짐을 강조했습니다. “성화(sanctification)라고 하면 우리는 보통 신자의 마음과 생각과 의지와 행실이 점차적으로 변화되어, 점점 더 하나님의 뜻과 그리스도의 형상에 일치되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마침내 죽을 때 육체를 벗어난 영이 거룩함 속에서 완전해지고, 부활 때 그의 몸이 그리스도의 영광의 몸과 같이 변화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변화하고 일치되어 가는 과정을 가리켜 ‘성화’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성경적이다. 그러나 신약 성경에서 성화[거룩함]라고 언급하는 가장 특징적인 용어들이 과정이 아니라 단번에 일어나는 확정적인(definitive) 행위에 대해 쓰인다는 것은 너무도 자주 간과되는 사실이다.”
존 머리가 말하는 확정적 성화는 “죄의 지배(dominion)에서의 자유, 즉 죄의 세력(power)에서의 승리”를 말하며, 또한 “죄의 오염으로부터 해방되는 것”을 말합니다. 존 머리는 “이것은 그리스도와의 연합에 의하여, 또한 성령의 중생시키는 은혜로 단번에 성취된다.”라고 하였습니다.
존 머리는 단번에 주어지는 확정적인 성화에 대한 근거로 다음의 구절들을 소개했습니다(행 15:9; 롬 6:1-7:6; 고전 1:2; 6:11; 엡 5:25, 26; 살전 4:7; 살후 2:13, 14; 딤후 2:21; 딛 2:14; 벧전 2:24; 4:1, 2; 요일 3:6-9; 5:18 등). “너희 중에 이와 같은 자들이 있더니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과 우리 하나님의 성령 안에서 씻음과 거룩함과(sanctified) 의롭다 하심을 받았느니라”(고전 6:11). “그 안에 거하는 자마다 범죄하지 아니하나니 범죄하는 자마다 그를 보지도 못하였고 그를 알지도 못하였느니라. 자녀들아 아무도 너희를 미혹하지 못하게 하라. 의를 행하는 자는 그의 의로우심과 같이 의롭고, 죄를 짓는 자는 마귀에게 속하나니 마귀는 처음부터 범죄함이라. 하나님의 아들이 나타나신 것은 마귀의 일을 멸하려 하심이라. 하나님께로부터 난 자마다 죄를 짓지 아니하나니 이는 하나님의 씨가 그의 속에 거함이요, 그도 범죄하지 못하는 것은 하나님께로부터 났음이라”(요일 3:6-9).
존 머리도 물론 구원받은 이후에 오는 점진적 성화의 필요성을 가르쳤습니다만, 칭의와 확정적 성화가 함께 일어나는 구원의 두 국면임을 분명히 밝혔다는 데에 의의가 있습니다.
김세윤 교수도 성화를 점진적 과정으로만 이해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신학사에서는 현재 의의 열매를 맺어 감을 성화의 과정이라 지칭하고, 그것을 칭의 뒤에 오는 구원의 한 과정으로 이해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여기서 살펴본 바와 같이 그것은 바울의 성화의 언어 사용법과 맞지 않는 것입니다.” “우리는 보통 그것[성화]을 칭의 다음에 오는 구원의 한 단계로 알고 있는데, 바울은 그것을 하나님의 거룩한 백성으로 살아가는 것을 지칭해서 쓰기도 하지만, 더 자주 그리고 더 근본적으로 우리가 세례 때 성령을 받고 하나님의 거룩한 백성으로 바쳐지는 것, 즉 ‘성도’(거룩한 이들)가 되는 것을 지칭하여 씁니다.”
이와 같이 개혁주의 학자들 사이에서 확정적 성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나오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입니다. 사실 칼뱅의 가르침을 자세히 살펴보면, 칼뱅이 점진적 성화만 주장한 것이 아니라 확정적 성화를 가리키는 주장도 많이 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3부 6장, 제2편 3부 3장에서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6. 성화(거듭남)를 부인하면 도덕률 폐기론자가 됩니다
종교개혁 시대의 대표적인 반율법주의자인 제이콥 솅크(Jacob Schenck, 1508-1546)는 육적인 방종을 설교하면서 “쾌락을 따라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라. 그리고 단지 믿기만 해라. 그러면 구원을 얻을 것이다.”라고 가르쳤습니다.
이에 대해 마르틴 루터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습니다. “그것은 사악한 선언이다. 이것을 다른 말로 하면 이런 뜻이다. ‘친애하는 친구여, 하나님을 믿어라. 그래서 당신이 거듭나서 새 사람이 되었다면 아무 짓이나 해도 된다.’ 어리석은 자들은 믿음이 무엇인지 모른다. 그들은 믿음을 단지 생명 없는 하나의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 하나님께 거듭났다고 하면서 여전히 죄를 짓는 것은 불가능하다. 거듭남과 죄를 짓는 것은 서로 모순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존 맥아더는 칭의만 말하고 성화를 부인하면, 반율법주의자가 된다고 하였습니다. “이런 류의 반율법주의는 믿음으로 말미암은 칭의를 하나님의 구원 사역의 전부로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율법주의자들은 성화를 최소화합니다. 심지어는 성화를 비필수적인 것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반율법주의자들은 전형적으로 구원을 논의함에 있어서 어떤 실천적인 거룩함도 고려하지 않습니다.”
복음주의 대각성 신학과 청교도 신학이 중요한 것은 칭의와 더불어 분명한 거듭남(성화)의 교리를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구원은 우리의 죄책을 용서하시는 칭의에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죄의 세력에서 우리를 구원하시는 철저한 거듭남(근본적 성화)의 은혜가 있습니다. 놀라우신 하나님의 은혜를 찬송합시다!
"그러므로 이제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자에게는 결코 정죄함이 없나니, 이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생명의 성령의 법이 죄와 사망의 법에서 너를 해방하였음이라"(롬 8:1, 2).
우리의 구원은 칭의에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성령에 의한 거듭남의 놀라운 은혜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리를 구원하시는 하나님의 은혜는 깊고 높고 넓습니다.
로마서 8장 1, 2절에서 사도 바울은 “그러므로 이제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자에게는 결코 정죄함이 없나니, 이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생명의 성령의 법이 죄와 사망의 법에서 너를 해방하였음이라.”라고 선언했습니다. 참된 칭의를 얻은 사람에게는 성령님께서 내주하셔서 ‘생명의 성령의 법’이 되십니다. 내주하시는 성령께서 우리로 하여금 율법의 요구를 이룰 수 있도록 인도하심으로(롬 8:4), 결코 정죄함이 없는 삶을 살 수가 있게 됩니다.
1. 성령의 약속
칭의의 은혜를 받은 사람에게는 성령의 약속이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그리스도를 믿는 모든 신약 성도들에게 성령의 선물을 주실 것을 굳게 약속하셨습니다(요 7:37-39, 14:16-24, 16:7-15 등).
칭의 받은 사람에게 성령의 약속이 있다는 것은 성경적으로, 신학적으로 매우 중요합니다. 갈라디아서 3장 13, 14절에는 이렇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저주를 받은 바 되사 율법의 저주에서 우리를 속량하셨으니 기록된 바 나무에 달린 자마다 저주 아래에 있는 자라 하였음이라. 이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아브라함의 복이 이방인에게 미치게 하고 또 우리로 하여금 믿음으로 말미암아 성령의 약속을 받게 하려 함이라(갈 3:13, 14).
성경의 이 두 절에 구원론의 핵심이 잘 나옵니다. 예수님께서 죄인인 우리를 위하여 대속의 피를 흘리신 이유는 바로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아브라함의 복이 이방인에게 미치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아브라함의 복은 다름 아니라 구약의 아브라함이 믿음으로 의롭다 하심을 받은 것입니다(창 15:6; 갈 3:6-9). 우리도 예수님을 믿으면 아브라함처럼 값없이 의롭다고 해 주십니다.
그런데 하나님의 구원 계획은 거기에서 멈추지 않습니다. 이렇게 의롭다 하심을 받은 사람은 성령의 선물을 받게 됩니다. “또 우리로 하여금 믿음으로 말미암아 성령의 약속을 받게 하려 함이라”(갈 3:14).
2. 신앙 선조들의 가르침
신앙 선조들은 칭의(죄 사함)와 더불어 성령의 선물(거듭남, 성화)이 있다는 것을 매우 강조해서 가르쳤습니다.
장 칼뱅은 로마서 8장 9절 주석에서 성령에 의한 거듭남이 죄 사함에 동반된다고 역설했습니다. “우리는 값없이 주시는 죄 사함이 거듭남의 성령과 분리될 수 없다고 말한 바울의 가르침을 항상 마음에 새겨야 합니다. 죄 사함과 거듭남을 연결시키지 않는 것은 마치 그리스도를 갈기갈기 찢어놓는 것과 같습니다.”
마르틴 루터는 『로마서 주석』 서문에서 믿음이 성령을 얻게 해 준다고 썼습니다. “그러므로 믿음만이 의롭게 하며, 믿음만이 율법을 성취한다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왜냐하면 믿음은 그리스도의 공로를 통하여 성령을 얻게 하기 때문입니다. 이 성령은 율법이 요구하는 바와 같이 우리 마음을 기쁘고 자유롭게 합니다.”
필립 멜란히톤은 『신학 총론』(Loci communes)이라는 그의 책에서 죄 사함을 받은 자에게 성령을 주신다고 썼습니다. “사람은 먼저 그리스도를 인정하고 믿음을 통해서 죄 사함을 받아야만 합니다. 그러면 즉시 그리스도께서 그 사람의 마음에 그의 성령을 주십니다. 성령을 받게 되면 그 마음이 하나님 안에서 기뻐하며, 부르짖게 되고, 하나님께 순종하고자 하는 마음을 갖게 됩니다.”
존 오웬은 『성령론』(A Discourse Concerning the Holy Spirit)이라는 책에서 칭의와 성화가 함께 주어진다고 가르쳤습니다. “성화와 거룩함은 믿고 의롭다 하심을 받은 사람에게 고유하게 주어지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믿음과 거룩함은 성향적으로나 실제적으로 분리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믿음으로 의롭다 하심을 받은 사람은 모두 반드시 성화되고 거룩하게 되는 것입니다.”
토머스 왓슨은 『신학의 체계』(A Body of Divinity)라는 그의 책에서 칭의와 성화의 관계를 이렇게 썼습니다. “하나님께서 의롭다 하신 자는 누구나 하나님께서 거룩하게 하십니다. ‘씻음과 거룩함과 의롭다 하심을 받았느니라’(고전 6:11). 교황주의자들은 개신교도들이 죄 안에 계속 거하는 사람들을 의롭다고 한다고 비난합니다. 그러나 모든 우리 개신교 저술가들은 칭의를 위해 전가되는 의와, 성화를 위해 고유하게 주어지는 의는 불가분의 관계로 연합되어 있다고 주장합니다. 참으로 거룩은 우리 칭의의 원인이 아니라, 칭의에 수반되는 것입니다. 이것은 마치 태양의 열이 빛의 원인이 아니라, 빛에 수반되는 것과 같습니다. 하나님께서 자기 백성들을 의롭다 하시면서 그들을 계속 죄 가운데 두신다고 상상하는 것은 불합리합니다.”
청교도 영성을 소유한 목사 존 찰스 라일(J. C. Ryle, 1816-1900)은 『거듭남』(Regeneration)이라는 책에서 칭의와 거듭남이 반드시 동반되어야 한다는 것을 매우 강조했습니다.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죄인을 구원하실 때는 항상 두 가지 구별된 일을 행하십니다. 첫째, 주님께서는 죄인의 죄를 자신의 보혈로 깨끗이 씻으시고 값없이 용서해 주십니다. 이것이 곧 주님께서 주시는 칭의입니다. 둘째, 주님께서는 그 사람의 마음에 성령을 부어 주셔서 완전히 새 사람이 되게 하십니다. 이것이 거듭남입니다.
칭의와 거듭남은 구원에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마음의 변화는 죄 용서와 마찬가지로 구원에 필수 요소입니다. … 천국에 가는 데 죄 사함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맹인입니다. 마음의 변화가 없는 죄 용서는 아무 소용없는 선물에 불과합니다.”
3. 거듭남의 용어 정리
여기서 거듭남이라고 하는 용어를 정리해 봅시다. 신학자들마다 거듭남에 대한 용어 사용이 조금씩 다릅니다.
⒧ 종교개혁가 장 칼뱅은 그리스도와의 연합의 결과로 우리가 받는 두 가지 은혜(즉 칭의와 거듭남) 중에 둘째 은혜를 거듭남이라 불렀습니다.그는 이 거듭남이라는 용어를 일평생의 회개, 성화라는 말과 같이 사용했습니다. “그러므로 나는 회개를 한마디로 거듭남이라고 해석하는데, 회개의 유일한 목적은 아담의 범죄로 말미암아 일그러지고 거의 지워져버린 하나님의 형상을 우리 안에 회복시키는 것이다. …… 따라서 우리는 그리스도의 은혜로 얻은 거듭남으로 말미암아 아담 때문에 잃어버렸던 하나님의 의를 다시 회복하게 된다. 이와 같이 주께서는 양자로 삼아 생명의 유업을 받도록 하신 모든 사람을 완전히 회복시키기를 기뻐하신다.”칼뱅은 “사실 이러한 회복은 한 순간이나 하루나 한 해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일평생에 걸쳐 이루어진다.”라고 하면서 거듭남을 일평생 계속되어야 하는 회개와 성화로 보았습니다.
⑵ 청교도들은 거듭남을 ‘부르심’, ‘회심’이라는 말과 동의어로 사용했습니다. 청교도들은 칼뱅이 말한 성령의 조명(칭의)과 그와 동시에 주어지는 거듭남(성화)을 회심이라는 용어로 설명했습니다. 간단히 말하면, 청교도들이 말하는 거듭남은 성령에 의한 조명과 성화를 포함하는 개념입니다.청교도들이 말하는 거듭남을 도식으로 표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거듭남 = 성령의 조명(죽은 영혼이 새 생명을 받아 영적 눈을 뜸) + 성령의 내주(본성의 성화)
⑶ 조지 휫필드, 존 웨슬리는 칭의 이후에 오는 성령의 내주에 의한 본성의 철저한 변화를 ‘거듭남’이라고 했습니다(그것을 가끔씩 ‘성화’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청교도들은 이것을 ‘성화’라고 했습니다. 이때 사용하는 용어는 서로 다르지만 성화가 철저한 본성의 변화를 의미한다는 점에서는 똑같습니다.
조지 휫필드는 “거듭남”이란 그의 유명한 설교에서 거듭남은 “성령의 강력한 역사로 내적인 변화를 체험하고, 변화된 새로운 본성의 원리에서 우리의 도덕적 행동들이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휫필드에 의하면, 거듭남은 “본성이 철저하게 내면적으로 변화되는 것이요, 신적인 생명을 가지는 것이요, 예수 그리스도께 생명의 참여를 하며, 영혼이 하나님과 연합하는 것”입니다.
존 웨슬리는 “하나님으로부터 난 사람들의 위대한 특권”이라는 설교에서 거듭남은 성령에 의한 매우 큰 내적인 변화라고 말했습니다. “그것은 거대한 내적인 변화, 성령의 역사로써 영혼 속에 이루어지는 변화, 우리의 존재 양식 전체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의미합니다. 왜냐하면 ‘하나님으로부터 태어나는’ 순간부터 우리는 이전에 살던 방식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살기 때문입니다. 마치 우리는 다른 세계에 있는 것처럼 살게 됩니다.”
⑷ 거듭남의 정의에 대한 필자의 의견은 다음과 같습니다. 거듭남에 대한 청교도의 정의도 일리가 있고, 조지 휫필드, 존 웨슬리의 정의도 일리가 있습니다. 사도적 복음 전도 방법에 비추어 볼 때(제3부 7장 참조), 조지 휫필드의 거듭남 정의가 좀 더 자연스러운 설명입니다.
갈라디아서 3장 14절에 의하면, 분명히 아브라함의 복, 즉 믿음으로 말미암아 의롭다 하심을 얻는 복이 먼저 나오고, 성령의 약속이 나옵니다. “또 우리로 하여금 믿음으로 말미암아 성령의 약속을 받게 하려 함이라”(갈 3:14). 이 책에서는 청교도의 정의를 포용하면서도, 주로 조지 휫필드의 용법을 기본으로 정하고 서술했습니다.
4. 거듭남으로 죄의 세력에서 벗어남
거듭남의 은혜가 있어야 죄의 세력에서 벗어납니다. 현대 교회의 가장 취약한 것 중 하나는 칭의와 더불어 내적 본성의 성화를 가져다주는 거듭남이 반드시 동반되어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가르치지 않는 것입니다.
조지 휫필드는 죄의 세력에서 벗어나야 제대로 구원받은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당신 안에 예수 그리스도의 형상이 이루어지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리스도께서는 의롭다 하신 자들을 거룩하게 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거룩하지 못한 것을 아시지만 우리를 거룩하지 못한 채로 버려두지 않으십니다. …… 그리스도께서 오신 것은 우리를 죄책에서뿐만 아니라, 죄의 세력에서 구원하기 위함입니다. 주님께서 다른 이들에게 구주가 되실지라도, 우리 자신에게 이 일을 하시기까지는, 그가 우리를 구원하셨다는 확실한 소망을 가질 수 없습니다.” 휫필드는 “이 땅에서 주님의 은혜로 변화 받지 못한 이들은 아무도 장차 영광 중에 그와 함께 나타나지 못할 것”이라고 역설했습니다.
존 웨슬리는 “우리가 죄책뿐만 아니라 죄의 세력에서 구원받지 못했다면, ‘믿음으로 구원받은’ 것이 아니다.”라고 단언했습니다. 그는 신생에 의해서 죄의 세력을 제거한다고 말했습니다. “칭의와 신생은 동일한 것이 아니요, 상당히 다른 성질의 것입니다. 칭의는 단지 관계적인 변화를 의미하며, 신생은 실제적인 변화를 의미합니다. 우리를 의롭다 하실 때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위해 무엇인가를 하시지만, 우리를 새로 나게 하실 때는 우리 안에서 일을 하십니다. 칭의는 하나님께 대한 우리의 외적인 관계를 변화시키므로 그로 인하여 하나님과 원수 되었던 우리가 그의 자녀가 됩니다. 그리고 신생으로 말미암아 우리 영혼의 가장 깊은 근본이 변화됨으로 죄인이 거룩한 성도가 됩니다. 전자는 하나님의 호의를 다시 얻게 하지만, 후자는 하나님의 형상을 다시 얻게 합니다. 전자는 죄책을 제거하는 일이요, 후자는 죄의 세력을 제거하는 일입니다. 그러므로 그 둘은 시점에서는 함께 결합되어 있지만 전혀 다른, 구분되는 것입니다.”
찰스 스펄전은 내적 성화가 동반되지 않는 칭의는 참된 구원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구원이 이 같은 우리의 파멸된 상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슬프게도 이는 매우 불완전한 약속이라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죄 사함을 받을 뿐만 아니라 정결하게 될 필요가 있습니다. 성화(sanctification)가 없는 칭의는 전혀 구원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는 죄의 권세에서 해방되는 것이 칭의보다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당신은 죄책으로부터 깨끗해지는 것과 죄의 권세로부터 해방되는 것, 이 둘 가운데 어떤 것이 더 큰 특권이라고 생각합니까? 나는 그토록 탁월한 두 개의 자비를 저울질할 의도는 없습니다. 그 두 가지 중 어느 것도 예수님께서 흘리신 보배로운 피와 관계없는 것은 없습니다. 그러나 꼭 비교해야 한다면, 둘 중에서 죄의 지배로부터 해방되어 거룩하게 되고, 하나님과 닮는 것을 훨씬 더 중요한 것으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5. 개혁주의 신학자 존 머리의 확정적 성화 교리
장 칼뱅이 거듭남을 일평생의 회개로 말한 것에 영향을 받아 개혁주의 신학에서는 평생에 걸쳐 계속하는 회개와 점진적 성화에만 관심을 가져온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미국 웨스트민스터 신학대학원의 조직신학 교수였던 존 머리(John Murray, 1898-1975)는 그동안 점진적 성화로만 성화를 이해해 오던 개혁주의 신학에 확정적 성화(Definite Sanctification) 개념을 소개했습니다.
존 머리는 칭의가 있은 후에 점진적 성화가 오는 것이 아니라, 칭의와 함께 확정적 성화가 구원의 선물로 주어짐을 강조했습니다. “성화(sanctification)라고 하면 우리는 보통 신자의 마음과 생각과 의지와 행실이 점차적으로 변화되어, 점점 더 하나님의 뜻과 그리스도의 형상에 일치되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마침내 죽을 때 육체를 벗어난 영이 거룩함 속에서 완전해지고, 부활 때 그의 몸이 그리스도의 영광의 몸과 같이 변화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변화하고 일치되어 가는 과정을 가리켜 ‘성화’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성경적이다. 그러나 신약 성경에서 성화[거룩함]라고 언급하는 가장 특징적인 용어들이 과정이 아니라 단번에 일어나는 확정적인(definitive) 행위에 대해 쓰인다는 것은 너무도 자주 간과되는 사실이다.”
존 머리가 말하는 확정적 성화는 “죄의 지배(dominion)에서의 자유, 즉 죄의 세력(power)에서의 승리”를 말하며, 또한 “죄의 오염으로부터 해방되는 것”을 말합니다. 존 머리는 “이것은 그리스도와의 연합에 의하여, 또한 성령의 중생시키는 은혜로 단번에 성취된다.”라고 하였습니다.
존 머리는 단번에 주어지는 확정적인 성화에 대한 근거로 다음의 구절들을 소개했습니다(행 15:9; 롬 6:1-7:6; 고전 1:2; 6:11; 엡 5:25, 26; 살전 4:7; 살후 2:13, 14; 딤후 2:21; 딛 2:14; 벧전 2:24; 4:1, 2; 요일 3:6-9; 5:18 등). “너희 중에 이와 같은 자들이 있더니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과 우리 하나님의 성령 안에서 씻음과 거룩함과(sanctified) 의롭다 하심을 받았느니라”(고전 6:11). “그 안에 거하는 자마다 범죄하지 아니하나니 범죄하는 자마다 그를 보지도 못하였고 그를 알지도 못하였느니라. 자녀들아 아무도 너희를 미혹하지 못하게 하라. 의를 행하는 자는 그의 의로우심과 같이 의롭고, 죄를 짓는 자는 마귀에게 속하나니 마귀는 처음부터 범죄함이라. 하나님의 아들이 나타나신 것은 마귀의 일을 멸하려 하심이라. 하나님께로부터 난 자마다 죄를 짓지 아니하나니 이는 하나님의 씨가 그의 속에 거함이요, 그도 범죄하지 못하는 것은 하나님께로부터 났음이라”(요일 3:6-9).
존 머리도 물론 구원받은 이후에 오는 점진적 성화의 필요성을 가르쳤습니다만, 칭의와 확정적 성화가 함께 일어나는 구원의 두 국면임을 분명히 밝혔다는 데에 의의가 있습니다.
김세윤 교수도 성화를 점진적 과정으로만 이해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신학사에서는 현재 의의 열매를 맺어 감을 성화의 과정이라 지칭하고, 그것을 칭의 뒤에 오는 구원의 한 과정으로 이해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여기서 살펴본 바와 같이 그것은 바울의 성화의 언어 사용법과 맞지 않는 것입니다.” “우리는 보통 그것[성화]을 칭의 다음에 오는 구원의 한 단계로 알고 있는데, 바울은 그것을 하나님의 거룩한 백성으로 살아가는 것을 지칭해서 쓰기도 하지만, 더 자주 그리고 더 근본적으로 우리가 세례 때 성령을 받고 하나님의 거룩한 백성으로 바쳐지는 것, 즉 ‘성도’(거룩한 이들)가 되는 것을 지칭하여 씁니다.”
이와 같이 개혁주의 학자들 사이에서 확정적 성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나오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입니다. 사실 칼뱅의 가르침을 자세히 살펴보면, 칼뱅이 점진적 성화만 주장한 것이 아니라 확정적 성화를 가리키는 주장도 많이 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3부 6장, 제2편 3부 3장에서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6. 성화(거듭남)를 부인하면 도덕률 폐기론자가 됩니다
종교개혁 시대의 대표적인 반율법주의자인 제이콥 솅크(Jacob Schenck, 1508-1546)는 육적인 방종을 설교하면서 “쾌락을 따라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라. 그리고 단지 믿기만 해라. 그러면 구원을 얻을 것이다.”라고 가르쳤습니다.
이에 대해 마르틴 루터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습니다. “그것은 사악한 선언이다. 이것을 다른 말로 하면 이런 뜻이다. ‘친애하는 친구여, 하나님을 믿어라. 그래서 당신이 거듭나서 새 사람이 되었다면 아무 짓이나 해도 된다.’ 어리석은 자들은 믿음이 무엇인지 모른다. 그들은 믿음을 단지 생명 없는 하나의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 하나님께 거듭났다고 하면서 여전히 죄를 짓는 것은 불가능하다. 거듭남과 죄를 짓는 것은 서로 모순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존 맥아더는 칭의만 말하고 성화를 부인하면, 반율법주의자가 된다고 하였습니다. “이런 류의 반율법주의는 믿음으로 말미암은 칭의를 하나님의 구원 사역의 전부로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율법주의자들은 성화를 최소화합니다. 심지어는 성화를 비필수적인 것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반율법주의자들은 전형적으로 구원을 논의함에 있어서 어떤 실천적인 거룩함도 고려하지 않습니다.”
복음주의 대각성 신학과 청교도 신학이 중요한 것은 칭의와 더불어 분명한 거듭남(성화)의 교리를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구원은 우리의 죄책을 용서하시는 칭의에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죄의 세력에서 우리를 구원하시는 철저한 거듭남(근본적 성화)의 은혜가 있습니다. 놀라우신 하나님의 은혜를 찬송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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