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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승욱	2016-11-15 00: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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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수手는 무엇인가?

최근 격과 수에 대한 목사님의 설교를 들으면서 여러 가지 생각거리들이 많았습니다.

‘나는 마귀보다 수가 앞서는가?’

‘수가 앞선다는 말의 실제적인 의미는 무엇인가? 삶에 어떻게 적용되는가?’

‘나의 수는 무엇인가?’

하는 것들이었습니다.

“수”를 지혜라고 하셨을 때, 저는 처음에는 어떤 인간적인 지혜와 꾀를 생각했습니다. 예를 들자면 기지라고 할지, 통찰력이나 선견력이라고 할지 그런 것들 말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저는 이십 대 중반이 될 무렵에서야 그 유명한 삼국지를 처음 정독하고, 거기서 나름 여러 가지 지혜들을 얻을 수 있었고, 그 깨달은 것 중 하나는 청년부 회지팀을 조직하고 운영할 때 나름 개인적인 철학으로 삼아 많은 도움을 얻었고, 성향적으로 변한 것도 있는, 경험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금요일에는 설교를 들으면서 “나는 어떤 수를 갖고 있는가, 나의 수는 무엇인가”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는데, 그것을 나누어 보고자 합니다.

시국이 시끌벅적합니다. 어떤 사람은 “지시를 받은 대로 했다.” 라고 합니다. 저는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아이히만 생각도 나고, 몇 년 전 제 이야기도 생각이 났습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저는 군 생활을 육체적으로 좀 편하게 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크게 고민되고 스트레스받는 일이 있었습니다.

제가 일하는 사무실은(이하 예비군중대) 대대와는 차로 15분 정도 떨어진 곳에 있었습니다. 저희 중대장님은 대대에서 직접 출퇴근 하지 않으시고, 저희 중대에서 직접 출퇴근을 하는 시스템입니다. 대대는 중대장들이 제시간에 출퇴근을 잘 하는지 중대로 직접 전화해서 체크를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첫째 전화 체크를 저와 같은 병사들에게 한다는 것이고, 둘째 중대장님이 출퇴근 시간을 지키지 않는 경우들이 많이 있다는 것입니다.

제가 거짓말을 하지 않으려 한다는 것을 알았던 선임은, 대대에서 오는 전화를 직접 받아서 자신이 처리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선임이 제대를 한 후가 문제였습니다. 그때 제 고민은 이랬습니다. ‘중대장님이 아주 악랄한 사람이었으면, 그냥 사실대로 고민 없이 얘기할 텐데. 그래도 여러 중대장 중에서는 괜찮은 사람이고, 일도 잘하고 병사들도 잘 챙겨주는 사람인데.... 그렇다고 또 거짓말은 할 수 없고....’

내심 돌이켜보면 제 약한 심리적 원인도 있었습니다. 권위(계급)와 조직 분위기에 심적으로 눌려있기도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솔직하게 얘기하면, 중대장님이 징계를 받을 거고, 그러면 사무실에 병사라곤 고작 2명인데, 금방 탄로 날거고, 분위기가 이상해질 게 뻔한데.’ 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저는 기사에 자주 나오는 안씨와 또 아이히만에 대해서 생각합니다. 또 일면 그들의 상황이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사람은 이권이 전혀 개입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순전히 권위와 조직의 분위기 속에 눌려 용기 있게 바른 소리 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저 자신이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이 이런 사람들을 비난하지만, 비난하는 수많은 사람 중, 저들과 똑같은 위치에서 똑같이 행동하지 않을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 - 저는 저들을 옹호하고자 하는 말이 아닙니다. 다만, 인간의 나약함이 얼마나 평범한 것인지를 짚고 넘어가고자 했을 뿐입니다.)

다시 원래 하던 이야기로 돌아가면, 저는 선임이 제대하고 제가 거짓말을 하게 될 상황이 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계속 고민했습니다. 입대 전에는 교회에서 기도하고, 산에서 기도하면서 “하나님을 위해서 살겠노라.” 기도하고, 엄청 정의롭게 살 각오를 다지며, 또 그렇게 사는 것이 어렵지 않을 것처럼 느끼며 기도했습니다만, 막상 삶에서 아주 작은, 정말 아주 작은 돌부리 하나 직면하는 것이 저에게는 너무도 어려운 것이었습니다.

군에서의 이 고민을 했던 시기는, 부조리에 맞설만큼의 용기가 없는 제 자신의 나약함을 처음으로 실제적으로 직면했던 시기였습니다. 용기 없는 모습과 그 와중에도 하나님 앞에서는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았던 또 다른 내면, 이렇게 결코 타협점을 찾을 수 없는 두 가지 내면 중 어느 하나가 우세하지 못했고, 그저 사면초가에 놓인 상황 같았을 뿐입니다.

(저는 이때 거시적인 수준에서 정의를 논하는 것은 쉬운 일이나, 미시적이고 구체적인 아주 작은 상황에서 정의를 지키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손에 잡히지 않는 정의는 언제나 말로 떠들면 그만이고, 손에 잡히는 정의는 아무리 작은 문제에서라도 실제적인 용기와 실천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고민을 하던 차에, 동준이 형과 성화 누나가 시골로 내려오신 적이 있습니다. 그날은 퇴근 후 저녁을 얻어먹고, 카페에서 인터넷 예배를 같이 드리고, 새벽까지 교제를 했는데, 제게는 평생 잊지 못할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때 저는 지금 이 고민을 동준이 형과 성화 누나에게 이야기했고, 두 분은 진지하게 들어주셨습니다. 동준이 형은 본인의 경험을 토대로 제 얘기에 많은 공감을 해주셨고, 저에게 “기도해보라.”고 권면해 주셨습니다.

“기도해보라.”

기독교인으로서 해줄 수 있는 가장 원초적이고 평이한 조언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제게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놀랍게도 저는 그렇게 고민하고 스트레스 받았던 그 문제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기도해볼 생각을 전혀 해보지 않고 있었습니다. “내가 이 문제를 두고 기도할 생각을 안 했구나!” 하고서는, 기도하기 시작했습니다.

며칠이 지나서 부대에서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군생활에 관한 이런저런 것을 묻는 것이었는데, 마지막 부분에 “건의사항”을 적는 난이 있었습니다. 저는 거기에 제가 고민하던 바를 적었습니다. “중대장 출퇴근 확인을 병사들에게 하지 마라. 병사들에게 물으면 누가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겠느냐. 이건 당연히 허위보고의 위험이 있는 것이다. 할 거면 중대장들한테 직접 전화해서 물어라.” 라는 요지의 내용을 간접적으로 적었습니다. 그 뒤로 어떻게 되었을까요? 이 출퇴근 보고 시스템이 없어졌습니다.

최근 설교를 듣던 중에 군 복무 중에 겪었던 이 일련의 장면들이 생각 났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런 결론을 내렸습니다. “기도를 나의 수로 삼아야 한다. 말씀을 나의 수로 삼아야 한다. 나의 수는 하나님이시다. 성도의 수는 하나님이시다.”

모세가 백성들을 이끌고 출애굽 할 때, 홍해 앞에 가로막혀있었습니다. 그때 그들에는 정말 “뾰족한 수”가 없었습니다. 비단 이 상황만이 아닙니다. 하나님의 백성들이 난처한 상황에 직면했던 적은 더 많이 있습니다. 그때마다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지혜를 주시고, 능력이 되어 주셨던 분은 어떤 인간적인 지혜나 수단이 아닌 하나님이셨습니다. 하나님이 그들의 “뾰족한 수”가 되어 주셨습니다.

인간적인 지혜도 상당히 중요합니다. 그것을 부인하는 것이 아닙니다. 목사님께서 말씀하신 수에도 얼마간에 그런 것을 염두에 두고 말씀하셨을 것이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수”에 대해 생각할 때, 저처럼 인간적인 수준으로만 치우치게 이해하는 우(愚)를 범하는 것이 아니라 (혼자만의 생각일지 모르겠지만, 시간상 설교에 제약을 받으셔서 필요한 내용을 다 전달치 못하시는 목사님께서, 이와 같은 염려를 하시지 않으셨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균형감을 가지시는데 도움이 되실까 하여 서투른 묵상을 나누어 보았습니다. 부족하고 길기만 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호와께서 나라들의 계획을 폐하시며

민족들의 사상을 무효하게 하시도다.” (시 33:10)

“너의 행사를 여호와께 맡기라

그리하면 네가 경영하는 것이 이루어지리라.” (잠 16:3)

“사람의 마음에는 많은 계획이 있어도

오직 여호와의 뜻만이 완전히 서리라.” (잠 19:21)

나의 수手는 무엇인가?
작성자 : 황승욱 2016/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