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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동준	2013-01-24 04:05:05

	기독교 신학의 철학적 기초의 필요성

사랑하는 감사교회 성도 여러분, 청년부의 설동준입니다. 오늘은 ‘철학적 삶’에 대해 잠시 얘기해볼까 합니다.

저는 지난 가을에 <소크라테스의 변론>이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저는 그 책을 읽으면서 소크라테스의 인물됨과 그의 사상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철학을 한다는 것, 철학적 삶을 산다는 것에 대해 새롭게 정의하게 되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소크라테스는 기원전 인물입니다. 그는 잘 알려진 것처럼 위대한 철학자였습니다. 그것은 단순히 그가 머리 쓰기를 좋아했다는 말이 아닙니다. 소크라테스에게는 그를 ‘철학자’의 정의 그 자체로 만든 몇 가지 소양이 더 있었습니다.

[진실을 추구하는 삶]

소크라테스의 가장 유명한 말은 “너 자신을 알라.”입니다. 이것은 자신의 무지를 알라는 말입니다. 소크라테스는 친구로부터 “소크라테스가 이 세상에서 가장 지혜로운 자”라는 신탁을 전해 듣게 됩니다. 하지만 소크라테스가 보기에 자신은 모르는 것 투성이였기에 세상에서 가장 지혜롭다는 신탁을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지혜롭다는 사람들을 모두 찾아다녔고, 그들과 대화를 하면서 한 가지 알게 된 것이 그들 역시 소문처럼 지혜롭지는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저들은 자신의 무지를 모르고 있지만, 나는 내가 무지하다는 것을 안다.”라는 것이 그들과 자신이 유일한 차이점이라고 말했습니다. 그것이 바로 신탁의 의미였습니다. 이후에 소크라테스는 진실에 직면하는 삶을 추구하라고 청년들을 독려하였습니다. 그러다 당시의 기득권층의 눈 밖에 나서 사형을 당하게 됩니다.

이러한 소크라테스의 생애에는 철학적 삶의 시작이 있습니다. 바로 진실을 추구하는 것입니다. 누구나 철학이 단순한 지식의 축적은 아니라고 말하지만, 정작 철학적 대화에 대해서는 머리가 아프다고 회피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철학은 결코 고차방정식을 푸는 것과 같은 두뇌 활동 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때문에 머리가 아파서 철학이 피곤하다는 것은 정확한 말이 아닙니다. 오히려 진실에 대한 두려움이 철학을 회피하게 만든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용기 있는 삶]

물론 진실 앞에 선다는 것은 두려운 일입니다. 때문에 회피하고 싶을 때가 많습니다. 그러하기에 철학적 삶을 살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철학자라는 지적인 직업을 가진 소크라테스의 모습 중 사람들이 잘 모르는 부분이 바로 그의 용맹함입니다. 당시 도시국가였던 그리스에는 잦은 전투가 있었습니다. 소크라테스 역시 이런 전투에 참가했었고, 그것을 마땅한 일이자 영광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언제나 물러섬 없이 용맹하게 전투에 임했습니다. 이러한 소크라테스의 ‘용기’가 없었다면 죽음의 위협 속에서도 진실을 추구하는 삶의 가치를 아테네의 젊은이들에게 설파한 그의 철학적 삶도 없었을 것입니다.

[양심, 철학의 또 다른 시작]

철학적 삶을 위해서는 용기와 함께 또 한 가지 필요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양심입니다. 양심은 주로 우리에게 끊임 없이 질문을 던지는 일을 합니다. 예화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안식일에 노동 하지 말라는 율법을 철저하게 지키는 한 청년이 있었습니다. 그 청년이 어느 안식일에 길에 누운 병자 한 사람을 보았는데, 그날은 안식일이라 그에게 도움을 주는 일을 하지 않았습니다. 아마 진실한 청년이었다면 찝찝함이 있었겠지요. 그런데 다음날 아침 그는 길가의 병자가 죽은 것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바로 어제 찝찝함의 정도였던 양심의 소리가 오늘은 천둥처럼 자신에게 묻습니다. “너는 무엇을 지키고자 하느냐?”, “율법을 지켜서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표가 무엇이냐?” 등등. 아마 좀 더 양심에 민감하다면 병자를 본 바로 그 순간 천둥 같은 질문을 들었겠죠.

흔히 양심은 무언가를 금하는 작용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양심의 기능을 너무 네거티브하게 해석한 것입니다. 오히려 양심은 우리에게 진정한 선, 도덕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고 보는 것이 적합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양심이 던지는 질문을 진지하게 숙고하는 것이 철학적 삶의 또 다른 기초입니다. 이렇게 보면 양심을 잘 발휘하기 위해서는 부단히 이성적이어야 한다는 것도 알 수 있습니다. 즉, 양심이 이성의 발달을 추동하는 것입니다.

[철학적 삶은 미덕에 기반한 삶이다]

사람들마다 철학적 삶을 다르게 정의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철학적 삶을 미덕에 기반한 삶이라고 정의합니다. 혹은 미덕을 추구하는 삶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제가 굳이 미덕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철학을 단순한 지식 활동으로 생각하는 오해를 피하기 위함입니다. 앞서 보신 것처럼 철학적 삶은 진실을 추구하는 삶이고, 용기에 기반한 삶이고, 양심에 반응하여 이성을 부단히 사용하는 삶입니다. 이것들이 다 미덕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기독교 신학의 위치]

하지만 여기까지는 모두 자연인으로서의 인간의 영역입니다. 이성도, 양심도, 용기도, 생명도 모두 하나님이 주신 것이지만, 또한 모든 인간에게 공평하게 주신 일반은총입니다. 그리고 기독교의 신학은 바로 그 너머에 있습니다. 특별은총을 주로 다루기에 당연한 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예수님의 말씀은 대부분 철학적 논증의 대상을 넘어서는 것들입니다. 그것은 이성을 거스르지 않습니다. 양심에도 거치지 않습니다. 그러면서도 이성과 양심으로 온전히 논증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것이 바로 섭리의 영역, 즉 신학의 위치입니다.

기독교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바른 신학적 기초 위에서 살아간다는 것과 같은 말입니다. 그리고 철학적 삶의 끝이 바로 신학의 시작입니다. 때문에 기독교인의 삶은 필연적으로 철학적 삶을 포함하고, 또한 그것을 넘어서는 것이어야 합니다.

앞서 얘기한 소크라테스 역시 신의 영역에 대해 비상한 감각을 보인 인물입니다. 마치 신약 성도들의 천국에 대한 인식을 보는 것과 같은 얘기를 들려주고, 성령의 견인의 은혜를 보는 것 같은 삶의 경험에 대해 말합니다. 하지만 그도 그러한 삶의 경험을 모두 온전하게 설명하지는 못합니다. 신약 성도들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특별은총의 삶과 섭리에 대해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즉, 소크라테스를 넘어서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교회를 다니는 사람들은 대부분 열심히 기도를 합니다. 하지만 그 기도와 함께 진리에 대한 추구가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진리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한계를 인식하게 되고, 그때 기도의 진정한 이유가 생기는 것입니다. 비유하자면 덧셈과 뺄셈 만으로 풀 수 없는 문제에 직면해봐야지 인수분해도 배우고, 미분도 배워야 하는 이유를 알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공부를 하는 힘이고, 기도를 하는 힘이 됩니다. 즉, 철학적 삶을 살짝 피해가는 신학적 삶은 없다는 것입니다. 믿음이 좋다는 것도 결코 철학적 사고를 건너뛰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좋은 믿음은 실천적으로 철학적 삶을 살고 있다는 증거가 됩니다.

저는 저와 우리 감사교회의 성도 모든 분들이 이렇게 튼튼한 철학적 기초 위에서 빛나는 신학적 삶을 살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저 역시 아직 기초 중의 기초를 닦고 있는 사람입니다. 하기에 함께 손 잡고 더 가치 있는 삶이 무엇인지, 그것을 가로 막는 것은 무엇인지, 지금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생각하고 격려할 사람들이 많기를 바랍니다. 저 혼자라면 힘이 모자라서 갈 수 없는 길을 함께 라면 갈 수 있겠구나 싶은 생각도 듭니다.

지금까지도 성도분들의 지지와 격려 속에서 적지 않은 도움을 받았지만, 앞으로는 더 적극적으로 유익함을 만들 수 있는 철학과 신학의 상호 격려 속에서 성장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아멘.

기독교 신학의 철학적 기초의 필요성
작성자 : 설동준 2013/01/24